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묻습니다. “넌 요즘 삶의 낙이 뭐야?” 타팀 동료가 저에게 물어옵니다. “삶의 낙이 뭐예요?” 짧은 정적이 흐릅니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라 했거늘 쳇바퀴 도는 일상에 염증을 느낄 새도 없이 그저 순응하며 살았구나 문득 깨닫습니다. 삶의 낙이 필수 불가결 요소는 아니지만, 질문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한편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도 함께 밀려오더군요.
근심도 잠시, 낙이란 게 별거 있나요. 남들이 봤을 때 무의미해 보일지언정 나에게 즐거움과 특별함을 선사하는 것 모두 낙입니다.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마케터 J가 피드백 응답을 수십번 드나드는 것도 동일한 이유라고 할 수 있죠. 오늘 이야기는 <마케터 J의 일상을 채운 삶의 낙>입니다.
첫 번째.
누군가 거대한 히터를 틀어놓은 게 분명한 여름입니다. 폭염특보도 무감각해지는 계절이지만 우리가 누군가요. 국밥의 민족입니다. 그렇습니다. 전, 여름에 뜨거운 국밥을 먹는 게 낙인 사람입니다. 국밥과 웨이팅 두 개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에서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국밥 웨이팅을 경험했습니다. 땀이 채 마르지도 않은 채 허겁지겁 맥주 한 잔 들이켜면 근사한 자태의 국밥이 제 앞에 놓입니다. 두 가지 기쁨에 저는 무장해제 됩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담긴 기름으로 제 안에 쌓인 스트레스와 걱정을 말끔히 지워냅니다. 그간 품고 있던 나쁜 감정은 모두 지용성이었습니다.
두 번째.
클릭 한 번으로 집 앞까지 다양한 식재료가 배달 완료되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전 굳이 굳이 마트를 찾습니다. 그것이 대형마트건, 동네 마트건요. 마트에 들어서면 가지런히 놓인 상품들이 저를 반깁니다. 매운 라면 자리를 비빔면이 꿰찼고, 지난주까지만 해도 복숭아가 가득했던 구간에 아오리 사과가 입성했습니다. 알배기 배추 가격이 좋네요.
계절의 변화를 마트 신선 코너로 느끼는 마케터 J입니다. 마트를 못 가면 유튜브로 마트 장보기 영상을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장보기 행위가 저에게 낙(樂)인 것이 확실하네요. 그렇게 구매한 식재료로 요리까지 완성하면 자기만족도 고공행진입니다.
자취러 마케터 J의 집밥열전👨🍳 왼쪽부터 멘치카츠, 칠리 콘 카르네, 닭갈비
세 번째.
네 달째 그릴즈(Grillz) 앓이 중입니다. 최근 리사의 별 그릴즈가 제 가슴에 불을 지폈고요. “그럼 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언가를 실행하기 전까지 고민하는 과정을 꽤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무려 넉 달째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악이 좋을까 하악이 좋을까. 상악이 좋겠지 그럼 우측 어금니가 좋을까 좌측 어금니가 좋을까.
일하고, 밥 먹고, 잠드는 평면적인 일상에서 이런 부질없는 고민과 상상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과정의 즐거움이 바닥을 보이고 마침내 실행으로 옮긴다면 리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토 준지(Junji Ito)의 작품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보았을 캐릭터. 일자로 쭉 자른 앞머리에 긴 생머리의 그녀, 토미에. 기괴한 공포물 만화 캐릭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짙은 쌍꺼풀에 오똑한 코를 가진 정석 냉미녀인 그녀는 사실 굉장한 패션 센스까지 탑재했는데요. 90년대 미니멀리즘 스타일부터 빈티지 풍의 드레스까지. 화려한 외모와 더불어 옷 보는 재미까지 있는 이토 준지의 작품 세계를 깊게 탐구해 봅니다. 🔎
패션의 완성이 양말이라고 하는 건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신경 쓴 세심함에 주목하여 남기는 말이죠. 요즘 Z세대는 긴 양말을 쭉 올려 신는 것이 트렌드라고 하는데요. 발목 양말을 신으면 M세대라고 하니. 이제는 발목까지 신경 써 주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최신 컬렉션을 통해 양말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스타일링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발끝까지 신경 쓰는 양말 트렌드를 놓치고 싶지 않은 뉴스레터 구독자라면 다음 버튼을 클릭해 보세요! 🧦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밝아짐과 동시에 느껴지는 전반적인 경쾌한 무드. 그러나 늘 마음속에서는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시크한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분위기를 저울질하게 되는 계절이 여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쪽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을 위하여 균형 잡힌 스포티 시크룩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