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에 관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의 끝은 조명과 식물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집을 꾸밀지 고민이 많은 요즘, 다양한 브랜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면 치밀하게 뜯어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르메르의 쇼룸을 밝게 비추는 조명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사진부터 보시죠.
순서대로 르메르 한남스토어와 파리 쇼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곳에 시선이 가나요? 구조적인 원목 가구? 테라코타 벽돌로 장식된 바닥? 처음에는 다른 곳에 시선을 빼앗겼는데 천천히 살펴보니 결국 조명이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거나 공간을 압도하지 않고, 오히려 각기 따로 배치된 가구와 오브제를 한데 묶어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조명 자체가 아름답기도 합니다. 얇은 원목 기둥과 부드러운 베이지 톤의 쉐이드, 그리고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십자가 받침이 특징인 이 조명은 미겔 밀라(Miguel Milá)의 작품입니다. 쇼룸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만 파리에 위치한 르메르의 사무실에서는 밀라의 다른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르메르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미겔 밀라의 조명
미겔 밀라가 초면이라고요? 그는 193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으로 건축학도였습니다. 그리고 1958년에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결심해 밀라만의 타임리스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오늘날 스페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일컬어지는데요.
현재 그의 작품은 산타앤콜(Santa & Cole)이라는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디자인 가구 편집샵에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산타앤콜 조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61년에 처음 출시한 미겔 밀라의 TMM 조명을 25년 뒤인 1986년에 재생산을 도맡은 것을 시작으로 그의 다양한 작업물을 세상에 퍼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미겔 밀라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의 작업물이 아카이빙된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아카이빙이 너무 촘촘하게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제품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일기장처럼 적혀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당장 저희 신혼집에 들이고 싶은 가구 세 가지만 소개하고 갈게요.
▲ 미겔 밀라와 TMM
첫 번째는 미겔 밀라의 대표 격, 시그니처 플로어 조명 TMM입니다. 르메르 쇼룸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침실 협탁에 올려놓고 싶은 Cesta. 앞서 소개한 TMM보다 1년 뒤에 태어난, 1962년생입니다. 우연히 길에 버려진 유리구슬을 보고, 그것을 담고 있는 바구니를 모티프로 한 조명. Cesta는 스페인어로 바구니를 뜻합니다.
▲ 미겔 밀라의 파리채 시연
마지막 소개할 아이템은 조명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미겔 밀라의 미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Espantamosques라는 이름을 가진 파리채인데요. 밀라가 파리채를 꺼낼 때마다 아내가 잔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참을 수 없었던 미겔은 아내에게 선전포고를 합니다. “내가 품격있는 파리채를 만들어서 사용할테니, 나를 더 이상 비난할 수 없을 거야!” 그길로 그는 대나무와 가죽을 사용해서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파리채를 제작했으며 지인과 친구가 집에 초대할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서 들고간다고. 밀라는 이 파리채를 들고 다니면서부터 파리가 덜 꼬이는 것 같다는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르메르 쇼룸을 방문한다면, 동반자에게 꼭 오늘 읽은 미겔 밀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평소보다 조금 더 멋있어 보일 거예요. 앞으로도 브랜드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마케터 Y가 되겠습니다. 이만 편지를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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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뉴욕의 거리 출신입니다. 나이는 11살. 이름은 VAQUERA, 별명은 카우걸이죠.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평탄치만은 않았습니다만, 재미있는 실험을 지속하기 위해 늘 전진합니다. 발칙함은 저의 무기. 브래지어가 프린팅된 티셔츠, 스커트 위에 팬티도 만들었어요. 이런 제가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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