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저녁, 파산 위기에 직면해있던 파페치를 쿠팡이 인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사실 2023년 3분기 실적 공시를 돌연 취소한 파페치의 부도설은 지난 가을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왔습니다. 2020년부터 연 평균 5000억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던 파페치였지만, 글로벌 1위 플랫폼이라는 위엄과 공격적으로 브랜드, 백화점을 인수하던 아성이 쉽게 무너지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업계의 선배님으로서, 개인으로는 즐겨 이용하던 팬으로서 파페치가 한국 기업에 인수되었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뽕이 차오르는 기분과 함께, 평소 응원하던 스포츠 스타의 은퇴 소식을 듣는듯한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럭셔리 마켓의 중심이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보게 되는데요.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한 정확한 배경과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쿠팡이라면 파페치를 바탕으로 이런 전략을 짜지 않을까라는 뇌피셜 섞인 예측을 해봅니다.
쿠팡의 가장 큰 장점은 수년간 구축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21년 나스닥 상장 후 쿠팡의 기업가치 평가에 발목을 잡아온 것은 서비스가 내수에 국한되어있다는 것과 쿠팡의 매출을 견인하는 유통 서비스의 대부분은 생필품과 식품과 같은 낮은 객단가의 소비재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파페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해왔고, 2023년 기준, 19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온라인’으로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는 400만 명에 가까운 회원 수를 확보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쿠팡의 결정은 정말 빠르고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대만에 진출하긴 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한 쿠팡의 상황에서 한때 시가총액 30조에 이르던 글로벌 기업을 단돈 6500억 원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럭셔리’ 제품은 매출액 대비 운송비의 비중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쿠팡의 2대 가려움인 ‘글로벌’과 ‘객단가’라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쿠팡이 9회 말 구원 투수로 나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쿠팡이츠도 그랬고 쿠팡플레이도 그랬고 사용자 관점으로 본 쿠팡은 통 큰 승부사 같은 기업입니다.
그런 점에서 쿠팡이 보여줄 온라인 럭셔리 시장에서의 행보가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3조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는 파페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 인수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딜이었던 것처럼 쿠팡의 전략이 글로벌 럭셔리 마켓에서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그럼 오늘 준비한 젠테의 소식도 재미있게 읽어 주시길 바라며, 미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