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팀원들과 식사를 하던 중 남은인생 10년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10년 뒤 죽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엇을 할것인지 이야기를 하게되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참 애매한게 당장 10년 뒤 죽는다고 하면 너무 짧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지금 하던 일을 모두 던져버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는 겁니다.
또 나만 10년뒤에 죽는것인지. 지구가 10년 뒤 멸망하여 모두가 같이 죽는지.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고 10년을 채워야 죽는지 등 다양한 경우에 따라 남은 10년을 어떻게 보낼지 달라질 거 같더라구요.
대화는 긴 토론 끝에 오히려 10년이라는 인생의 남은 시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남은 인생이 10년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 사실 인생을 알차게 살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만약 제가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주제로 시나리오를 짠다면 이렇게 짤 겁니다.
10년 뒤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이 너무 평범했음을 깨닫게 되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남은 인생 10년. 3년 간 열심히 여행 자금을 마련하고 가진 재산을 모두 처분하여 7년간의 세계 일주를 떠난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지만 1, 2년이 지나며 점점 허무해진다.
결국 그는 10년 뒤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향정신성 마약에 빠지게 된다.
마약에 빠져 지낸 지 5년. 그는 이제 예정된 죽음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약에 취해있을때면 죽음을 잊게 되지만 약기운이 떨어지면 그 어느때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선명해진다.
그는 마지막 일주일을 앞두고 가족을 찾아간다.
마약에 중독되어 엉망이 된 몰골을 본 가족들은 주인공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약속된 죽음을 하루 앞두고 그는 인생에 단 한 번 사랑에 빠졌던 연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연인은 다른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고 주인공은 차마 옛 연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렇게 뒤돌아 하염없이 걷다 보니 예정된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10년 뒤 죽는다는것만 알았지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죽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길바닥에 앉아 허무하게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이틀이 지났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았다.
주인공은 허망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층 빌딩에서 투신을 한다.
이 시나리오에 투자할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 부탁드리며 오늘의 뉴스레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