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왓슨(Alvert Watson)은 알프레도 히치콕, 케이트 모스, 앤디 워홀 등 수많은 유명 인물들과 작업을 하고 100회 이상 보그의 표지를 찍은 포토그래퍼계의 거장 중의 거장입니다.
수많은 유명인들과 작업을 한 만큼 작업과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은데요. 알버트 왓슨의 작업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프로필을 촬영할 당시, 잡스는 정확히 약속 시간 1분 전인 8시 59분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비서에게 한 시간 가량 촬영이 진행될 것 같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잡스의 표정을 보고 왓슨은 20분 안에 끝내주겠다며 잡스의 마음을 얻어냅니다.
이후 촬영이 진행되었고 어색한 포즈와 표정을 짓는 잡스에게 왓슨은 “회의실에 앉아 당신의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들 속에서 당신의 의견에 더욱 확신하게 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는 지시를 합니다. 잡스는 그 즉시 “그건 쉽죠.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는 일이거든요”라는 대답을 한 뒤 엄지를 턱에 댄 채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왓슨은 애초에 하반신까지 나오는 프로필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잡스의 눈빛을 보고 여권 사진처럼 얼굴에 클로즈업하여 촬영을 진행했고 20분 만에 촬영이 끝난 잡스는 지금까지 자신을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든다며 한 장을 챙겨갔다고 합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1년 10월, 뉴욕의 작업실에 있던 왓슨에게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5년 전 찍은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받을 수 있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왓슨이 아이폰으로 사진을 보내고 나니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왓슨이 촬영한 스티브 잡스의 사진과 함께 부고 소식이 게재되었습니다.
이후 이 프로필은 스티브 잡스 자서전의 표지 등 잡스의 얼굴 역할을 하는 사진으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왓슨이 촬영한 프로필 사진 속 잡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기억은 보통 이미지의 형태로 각인됩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인물에 대한 공통된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는 것.
그것이 인물 사진이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알버트 왓슨의 50년간의 작업물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세웠던 월 1회 전시 관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별 기대 없이 방문한 전시였지만 인물 사진이 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전시라 아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럼 오늘 준비한 뉴스레터도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