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입니다. 마케터 H는 매주 금요일 오전 <드로잉과 기초 조형>이라는 교양 과목에 시간을 쏟았지요. 그 수업은 매주 주제에 맞는 드로잉을 하는 실기 위주의 수업이었는데요. 수업 중 미술 사조에 대한 중간발표가 있었습니다.
낯설게 하기
(좌)Fountain(샘, 1917), (우)마르셀 뒤샹(Henri Robert Marcel Duchamp)
누군가의 발표 주제였던 <레디메이드>는 미술에 대해 무지했던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미 기성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소변기에 자신의 서명을 한 것만으로 제품이 예술품으로 둔갑하는 '개념 미술'이라는 것을 처음 마주했거든요. '마르셀 뒤샹'의 '낯설게 하기'는 '샘'이라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저의 무의식 속에 남아 발상의 전환을 도와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서울을 낯설게 보기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인생에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낯설게 하기'를 가끔 삶에 녹여봅니다. 이번 '낯설게 하기'의 테마는 '낯설게 보기' <서울 여행> 편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마케터 H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 여행자가 되어보았습니다.
가을의 끝자락, 서울 여행자가 되어보다!
여행자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 중 하나가 이층 버스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자의 마음을 가져야지만 이 티켓을 발권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케터 H와 친구들은 쉬이 가던 곳들도 투어 버스를 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생경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여행자 트리오는 남산 오르미에서 하차하여 남산 왕 돈가스를 먹고, 땅에 떨어진 가을을 감상하다가, 발길 닿는 대로 이리저리 산책하였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홍상수 감독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대화하면서 말이에요.
4시 15분, 남산 왕 돈가스와 스프
남산 오르미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제 귀에는 서너 가지 언어가 마구 섞여 들렸습니다. 이 다양한 언어의 운율을 들으니 정말 저도 서울 여행을 온 여행자 무리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낯설게 바라보자는 마음가짐이 저를 여행자로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서울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의 반차가 꽤 훌륭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해가 짧은 탓에 출발지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해진 후였습니다. 명동에는 벌써 크리스마스의 기운이 가득했고요.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정말 2024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는 6년 전 뉴욕 여행의 마지막 날, 이층 버스를 타고 뉴욕의 야경을 구경하던 날이 떠오르기도, 16년 전 가족들과 처음 서울 여행을 와서 먹었던 남산 돈가스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여행의 가장 큰 무기는 일상에 특별함을 심어 준다는 것. 그리고 행복했던 감정을 다시 한번 몽글몽글 마음속에 그려주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시도한 서울을 '낯설게 보기'는 성공한 듯합니다. 님도 일상의 익숙한 것에 '낯설게 하기'의 기운을 불어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얼리 버드 세일 사용 설명서를 전해드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오늘이 젠테스토어가 준비한 얼리 버드 세일의 마지막 날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일지도 모르지요. 아직 세일의 문은 열려있으니까요. 11월 28일, 목요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얼리 버드 세일. 첫눈 소식도 전해지는 가운데, 여러분의 겨울을 함께 보낼 아이템 하나 들이시는 건 어떨지요.
여러분은 얼죽코인가요? 우선 저는 오늘 롱코트를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영상의 기온을 웃도는 날씨임에도 추위를 잘 타는 저는 금세 패딩이 그리워졌는데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직접 착용해 보고 여섯 가지 아우터를 소개합니다. 얼죽패 마케터 H가 고른 든든 국밥 템은 ROA의 HEAVY DOWN JACKET! 여러분의 원픽이 궁금합니다.
두 남자가 채우는 대도시 여성의 옷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20년이 넘도록 뉴욕 여성의 로망을 실현해 온 브랜드, Proenza Schouler는 두 디렉터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을 따와서 지어졌는데요.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균형 잡힌 옷을 제안합니다. Proenza Schouler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