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H는 20대 내내 취향을 구체화하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자아 탐구의 일환일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미적 기준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깨끗한 스케치북 같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스케치 작업은 끝낸 듯합니다. 매번 좋다고 느끼는 이미지, 느낌이 비슷한 점에서요. 그래도 아직 지독하게 확고한 취향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단정 짓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조금은 남아 있거든요.
너무나도 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요즘입니다. 나의 취향의 테두리가 오직 나 혼자만 만들어온 기준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취향이라는 나무의 나이테가 겹겹이 두터워지는 것을 느끼며,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마케터 H와 마케터 S의 취향 보드를 살짝 공유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의 추구미는 정말 다르다는 것입니다. 마치 까마귀와 앵무새처럼 말이죠. 자, 시작합니다.
마케터 H의 취향 보드
착장의 구성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무 튀지 않을 것. 까마귀 시절 못 잊은 마케터 H의 보드는 무채색과 블랙이 8할 이상을 차지합니다. 어두운 톤의 색상이 주는 차분함, 미니멀한 실루엣의 단정함을 놓지 못하죠. 이런 취향을 가진 마케터 H가 감상한 2025 SS 컬렉션은 어떨까요?
KHAITE의 셋업은 흐르는 듯한 유연한 실루엣부터 색상까지 완벽합니다. 매 시즌 그랬지만, 미니멀리즘은 놓칠 수 없나 봅니다. 컬렉션을 둘러보다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BOTTEGA VENETA의 옅은 스트라이프 패턴의 셋업. 드뮤어한 룩에서 낭만을 놓칠 수 없다면 손에 해바라기를 들 것. 그래도 가끔은 팝한 착장으로 외출하는 날을 꿈꾸며, GANNI의 스카이 블루 포인트 착장을 착용한 자신을 상상해 봅니다.
KHAITE, BOTTEGA VENETA, GANNI 2025 SS ⓒvogue
마케터 H에게는 도전인 컬러풀한 GANNI의 착장이 일상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마케터 S. 마케터 H와 정반대의 취향을 가진 그녀의 보드를 엿볼까요?
마케터 S의 취향 보드
‘Copenhagen Style’. 제 취향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덴마크 특유의 경쾌하고 다채로운 패션 스타일을 동경해 왔습니다. 알록달록한 컬러 팔레트와 독특한 패턴이 포인트죠. 이번 시즌 마케터 S의 마음을 사로잡은 컬렉션을 살펴봅시다.
먼저 리본 코어 열풍을 불게 한 SANDY LIANG. 2025 SS에는 보우 디테일보다 세련된 그린 컬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여름 전 세계를 강타한 brat 열풍을 떠올리게 한달까요. 반면, GANNI의 빅백은 트렌디한 파스텔 컬러를 가장 잘 표현한 아이템인 것 같았습니다. 이 백을 Simone Rocha의 강렬한 레드 드레스와 함께 매치한다면, 제가 바로 코펜하겐 걸이 아닐까요? 특유의 볼륨 디테일까지 저의 추구미에 완전히 부합합니다.
잘 정돈된 풍성한 수염을 남자다움으로 꼽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웨슬리 바버샵을 운영하는 정명우 바버죠. 춤추는 것이 즐거워 어린 시절엔 비보이를 꿈꿨던 그는 군인 시절 휴가 목적으로 이발병이 되었다고 해요. 이후, 바버샵을 방문했을 때의 설렘이 그를 바버로 이끌었습니다. 남자의 스타일을 수호하는 정명우 바버와 그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웨슬리 바버샵이 궁금하다면, 다음 버튼을 클릭해 보세요.
니트의 세계는 참 심오합니다. 원사 컬러부터 편직 방법, 그리고 두께까지 모두 디자이너의 생각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력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느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니트의 계절이 오면 괜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오늘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쭉 입기 좋은 니트 가디건 6선을 준비했습니다.
FW 시즌의 묘미는 다채로운 텍스처의 옷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재를 섞어가며 마음 가는 대로 레이어드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가을의 정석처럼 느껴지는 스웨이드와 니트부터 살짝 춥게 느껴질 수 있는 실크, 그리고 글로우한 질감의 레더까지. 어떤 소재로 이 계절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번 큐레이션을 살펴보세요. 다양한 소재를 온몸으로 향유하는 즐거움을 위해 고심해서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