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 지하철, 내 몸이 아무리 구겨져도 한 손에 어떻게든 사수하는 건 스마트폰, 그리고 인스타그램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SNS를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인스타그램이라고. 전혀 놀랍지 않은 당연한 결과죠.
현직 마케터 명찰을 붙이고 있지만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4명 쪽에 속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자료조사를 위해 구글링을 할 때도 검색 페이지 끝자락을 마주해야만 비로소 평정을 찾을 수 있는 집착광공으로서 인스타는 끊을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였습니다.
스토리 하나만 올려도 누가 보았고 좋아요는 눌리지 않았는지. 새로고침 아이콘이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엄지는 스크린을 아래로 끌어내리기에 바빴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지만, 아니요. 저는 사실 알아차렸습니다. 인스타 중독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빗물에 흠뻑 젖은 채로 인스타에 끌려다니길 수개월.
부정적인 감정이 일상을 잠식하고 말았습니다. 쉽게 말해, 현타를 느낀 것이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한 지 4년이 흘렀습니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연인처럼 비활성화 해제와 계정 살리기를 N번 반복했지만 결국 자기통제력 부족으로 살아난 계정은 3개월 이상을 가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올 땐 멋쩍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이따금 있습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저의 정신 건강이니까요.
인스타그램이 해악의 족쇄가 되어 나의 멘탈을 곱게 다져놓는다면 일주일만이라도 좋으니 잠시 멀어져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