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늘 20대일 줄 알았어. 평생 건강할 줄 알았어.
감기 한 번에 2주 넘게 고생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식사를 배불리 하고 커피 한 잔을 들이켜던 중 부쩍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서로 누가 더 노화를 직격탄으로 맞았나에 대해 회사 동료와 설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쓸데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어느날 아주 우연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 그렇게 몇 분을 목이 따갑도록 이야기하다가 >그런데 정말 잘 늙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되었죠.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본보기 삼으며 삶을 살아왔을 텐데요. 그게 가까운 가족, 엄마 아빠부터, 성공한 기업가, 혹은 소설 속 주인공까지 유무형의 인물로부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앞길을 미리 갈고 닦은 이들에게서부터 힌트를 얻으며 나아갑니다. 이런 이미지는 대체로 어떤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뇌로 깊게 새겨지지요. 그런데 대중매체에서 마주하게 되는 노인의 이미지, 쇠약하고 병든 이미지가 석연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노화에 대한 흐릿한 걱정만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한발씩 인생의 종착지에 당도하는 것입니다.
회의감과 살짝의 우울함이 몰려왔던 바로 그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저를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아마도 가장 유명한 93세의 드로니악 할머니 Grandma Droniak의 피드로 저를 인도해 주었습니다. 93세임에도 2023년에 무려 다섯 명의 남자와 데이트를 했으며, 여전히 외출을 하기 전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고르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며, 좋아하는 음악에는 흥겹게 춤을 추기도 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자신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본인의 장례식에서 틀었으면 하는 노래부터 드레스코드까지 공개했지요. 유쾌한 성격의 큰할머니가 SNS를 한다면 이런 느낌이겠네요. 인스타 팔로우 수는 무려 283.7만. 프로필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Yes i can be your grandma too 그래, 원한다면 네 할머니도 되어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