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가벼워진 아우터만큼 옷장에서의 고민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봄을 맞이하여 옷 대신 준비해 볼 만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식물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식물 키우기는 노인의 취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맛보면 ‘이 재밌는 걸 자기들끼리만 하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이 넘칩니다.
특히 봄이 되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만히 있던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는 것을 보면 신기함을 넘어서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약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괴근 식물이라 불리는 CAUDEX 종류의 식물을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 괴근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바오밥나무입니다. 집에서 식물을 하나 둘 키우다 보니 문득 바오밥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수형이 주는 웅장함을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어렵게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구입해 싹을 틔우게 되었고 죽이지 않고 잘 키우기 위해 검색을 하다 크기는 작은데 바오밥나무 성체처럼 생긴 식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이렇게 생긴 친구입니다.
꼭 우물에 빠진 돼지 같은 모습의 그락실리우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나둘씩 괴근 식물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키우는 재미 보다 새로운 개체를 하나씩 모으는 컬렉팅의 재미가 더 큰 것 같긴 합니다.
괴근 식물은 대다수가 아프리카에 서식하던 개체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성장을 멈추고 봄부터 새 잎을 내기 시작합니다. 작은 싹눈을 틔우기 시작해 새 잎으로 뒤덮이는 식물들을 보면 새 옷을 입는다는 표현이 이렇게 적절한 비유인 생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봄을 맞이하여 지난 2년 간 제가 수없이 들락거리며 식물을 사모은 괴근, 희귀식물과 관련된 계정 몇개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이 생기신다면 한번 방문하여 괴근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SRL TOKYO - 일본의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브랜드, Neighborhood의 디렉터 타키자와 신스케는 식물 애호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그가 괴근, 식물에 대한 애정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SRL TOKYO는 정말 식물 덕후의 진심이 느껴지는 제품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어플랜트 서울 - 국내 괴근 문화의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편집샵인 고어플랜트는 이름처럼 고어한 식물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괴근 입문을 위한 필수 코스이니 삼각지를 방문한다면 꼭 시간 내어 들러보길 추천합니다.
플랜트 오하누 - 장한평역 근처에 위치한 편집샵입니다. 대품 괴근 위주로 판매하고 있어 구하기 힘든 성체 괴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웨트룸 - 고어플랜트와 가까운 삼각지에 위치한 스토어입니다. 웨트룸은 아가베를 전문으로 다루는 만큼 조금 난이도가 있긴 하지만 정말 멋지고 희귀한 식물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화분에도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인데요. 괴근과 잘 어울리는 멋진 토분도 판매하고있습니다.
murasekazutaka - 괴근 문화는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전 세계 식물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라세카즈타카는 괴근계의 본좌와 같은 인물입니다. 희귀한 개체의 사진뿐만 아니라 괴근의 관리법,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봄에는 식물처럼 익숙한 껍데기를 한번 벗어던지고 작년보다 더 새롭고 화려한 잎을 내는 봄날을 보내길 바라며, 오늘 준비한 뉴스레터도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놓쳐서는 안 될 소식
화려함 뒤에 감춰진 패션의 이면을 다룬 영화 세 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전기를 읽으며 주인공 우드콕의 디테일을 완성해 나갔다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69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퍼스널 쇼퍼,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슈트를 만드는 남자 톰 포드의 데뷔작 싱글맨까지.
변하지 않는 초심과 장인 정신으로 진정성에 몰두했을 뿐인데 ‘하입’한 사람들이 열망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브랜드 KAPITAL.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클래식 복식과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가장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그들의 패션 스토리를 확인해보세요 💭
어깨가 축축 늘어지는 무거운 겨울 아우터, 이제 그만 보내주기로 해요. 포근해진 기온만큼 가벼운 트렌치로 산뜻하게 봄을 맞이해보는 건 어떠세요? 타임리스로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스타일과 평범함은 거부하는 당신을 위한 나일론 패브릭, 플리츠와 러플 디테일, 케이프 디자인 등 취향에 맞는 나만의 트렌치를 둘러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