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D를 탐구하다..... 극단적인 물질적 풍요 속에서 지독한 정서적 단절을 겪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앙리 알렉산더 레비(Henri Alexander Levy). 그는 연간 학비와 체류비만 2억 원에 달하는 스위스 명문 기숙학교를 거친, 상위 0.1% 초특권층 자제입니다. 물질적 결핍은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이죠.
그러나 그는 10대 초반부터 심각한 약물 중독과 우울증을 앓으며 재활 시설을 전전했습니다. 결핍이 결코 가난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듯, 그는 자신이 통과해 온 권태와 환멸을 옷과 예술의 형태로 배설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어로 ‘우울한 부잣집 아이들’을 뜻하는 브랜드, Enfants Riches Déprimés는 바로 이 모순된 세계에서 탄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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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씬에서도 ERD의 존재감이 짙어질수록,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하나의 의문으로 수렴했습니다. 그래픽 티셔츠 하나에 백만 원에서 이백만 원. 가죽 재켓은 천만 원이 넘죠. 낡고 해진 듯한 빈티지 가공과 반항적인 그래픽은 분명 거칠고 매혹적이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표. 그래서일까요? 이 옷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더 궁금해집니다.
최근 젠테스토어는 운 좋게도 ERD 파리 스태프와 인터뷰를 하게되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듯한 '걸어다니는 ERD'. 이 옷이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ERD의 세계관을 깊게 공유하고 있는 인물인데요. 앙리 레비가 구축한 서늘하고 배타적인 세계관을 온몸으로 체화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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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평생 가도 ERD의 옷을 소비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깊어만 갔어요. 최근 ERD의 SS27이 공개되고, ALEX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ERD 세계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저는 청담 분더샵에서 열린, 앙리의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제가 다녀온 이 전시에 대한 짧은 감상과 해석을 여러분과 공유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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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ACHIEVEMENT IS RUIN: 성취의 끝에서 파멸을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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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앙리의 아시아 첫 개인전입니다. ERD의 디렉터이기 이전에 개념 예술가로서 활동해 온 그이기에, 브랜드를 둘러싼 궁금증만큼이나 이번 전시와 앙리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일단 전시 감상 한 줄 평. 우선, 솔직히 저는 이 전시가 잘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건 전시 서문에서도 안내됩니다.
<그의 작업은 한눈에 쉽게 읽히는 예술을 지향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작품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해독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바로 그 지연을 통해 동시대 문화의 빠른 소비 논리와 거리를 만든다.>
다행이죠. 저만 어려운 게 아니라니. 쉽게 소비되지 않겠다는 작가의 고집 앞에서, 해석을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재밌게 감상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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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심리학의 애착 이론에서 가장 비극적인 정서적 결핍 상태는, <반응하지 않는 영아>라고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양육자와 정서적인 유대가 형성되지 않으면(예컨대, 엄마의 무표정이 계속되면), 아기는 처음에는 웃거나 손짓하는 등의 반응을 하다가 울고 소리를 지르게 되는데요. 이 상황에서 지속적인 냉담이 계속된다면? 아기는 결국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반응하지 않는 영아>, 즉 '무반응' 상태가 된다고 해요.
초특권층으로 태어나 물질적으로는 더없이 풍요로웠지만, 지독한 정서적 방치를 겪은 앙리는 스스로를 바로 이 '반응하지 않는 영아'에 빗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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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은 계속해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보이는데, 어머니 얼굴이 없죠. 눈을 맞춰주고 정서적으로 교감해 주는 부분이 해당 아이의 경험에서 삭제되어 있습니다. 즉, 정서적 교감이 앙리의 유년 기억에서 삭제된 거죠.
두 번째 작품, ""HOW DO YOU RAISE A CHILD LIKE THIS?" (이런 아이를 대체 어떻게 키우는가?), GERMAN PSYCHIATRY OF TOP QUALITY (최고 품질의 독일 정신의학), 이런 문장이 프린팅되어 있어요.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따뜻한 치유 대신 감시와 억압, 행동 교정을 받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폭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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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작품 속 피라미드 도식은 아동 정신 건강 분류 체계를 차용했습니다. 해당 삼각형은 아동의 문제 행동이나 위험군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모델인데요. 위로 갈수록 진단된 문제아라고 하네요. 해당 작품에는 아래의 문구가 쓰여져 있어요. 이는 '치료하고 격리해야 할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던 경험을 말합니다. *Children to whom PMHP services are primarily targeted (PMHP: 초등 정신 건강 프로젝트 지원의 주 대상이 되는 아동들)
네 번째 작품에 쓰여있는 영어 문구인 Narcotics Anonymous는 '익명의 마약 중독자들'이라는 명칭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약물 중독과 치료 모임의 직접적인 흔적이죠. 치료와 종교 등 간절히 구원을 갈망했지만, 끝내 어디에서도 온전히 구원받지 못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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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가득 채운, 거칠고 어두운 작업을 보고 있으면서 자연스레 ERD의 그래픽 티셔츠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아마, 앙리는 이런 작품 활동을 통해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우울과 단절, 정신적인 고통을 표현하고, 이를 패션으로 또 한 번 말하는 거겠죠.
전시를 다 둘러보고, 작품 하나하나의 해석을 알아보니, 단순히 멋진 그래픽처럼 보였던 Enfants Riches Déprimés의 그래픽이 왜인지 더 쓸쓸하고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앙리라는 사람과 브랜드를 더 깊이 느낄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사고 싶어졌네요..)
역시 브랜드의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브랜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 들려드릴 수 있도록 경험하고 나눌게요. 그럼, 오늘의 뉴스레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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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을 허물고 경계를 넘어선 절대적인 어둠. 그 속에서 오히려 선명하게 빛나는 압도적인 실루엣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짙은 블랙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변치 않는 어둠의 미학을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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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ISLAND & RICK OWENS
금주의 브랜드, STONE ISLAND 그리고 RICK OWENS입니다. STONE ISLAND의 독보적인 테크니컬 감성부터, RICK OWENS만의 다크한 아방가르드 실루엣까지. 정교한 기능주의와 과감한 조형미가 두드러지는 라인업을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 보시고, 5% 할인받아 쇼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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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D의 페르소나, ALEX
퇴폐적이고 우울한 ENFANTS RICHES DÉPRIMÉS의 세계관, 그 이상의 아우라를 완성하는 인물 ALEX. 그가 바라보는 ERD의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ERD SS27 컬렉션 중 벌써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아이템 리스트가 있다는데요. 버튼을 클릭하여 바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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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이면 스트레이트 핏 팬츠를 곱게 다리는 일로 한 주를 맞이하는 에디터. 그녀의 올곧은 마음가짐과 함께 일주일 팬츠 스타일링이 시작되는데요. 금요일이면 가방 없이 포켓이 넉넉한 카고 팬츠로 나서고 싶다는 그녀와 마음이 통한 분 계실까요? 아래 버튼을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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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D의 아우라를 완성하는 페르소나, ALEX가 이번 Enfants Riches Déprimés SS27 쇼에서 소장하고 싶었던 아이템과 깊은 취향을 정리했어요. |
ERD SS27 컬렉션은 안토니 타피에스의 청동 조각 사이로 모델의 캣워크가 펼쳐졌어요. 이번 컬렉션에서 또 어떤 영감이 숨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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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이 보입니다. 올해는 꽤 많은 에너지를 쓴 탓에, 남은 기간은 나를 온전히 돌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자기 전에 스트레칭이나 정적인 요가를 하고요. 따뜻한 차를 내려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숙면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호》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최근에는 7개의 식물을 새로 들여왔습니다. 남은 한 해는 이렇게 차분한 온도로 채워가 보려 해요. 여러분도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쉬어가는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또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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