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물이 되었을 무렵, 저와 제 친구 A는 부산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부산 근교에 살았던 제가 부산을 여행자로서 친구와 함께 즐기게 된 것은 처음 있었던 일이었죠. 깡통시장에 가서 씨앗 호떡도 먹고 빈티지 샵이 모여있는 곳을 향했어요.
스물은 처음인 것 투성이인 나이니까. 빈티지 샵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었고요. 친구와 저는 퀴퀴한 빈티지샵 냄새가 나는 지하의 샵들을 둘러보았어요. 그리고, 제 친구는 미군 야상 하나에 꽂히게 됩니다.
밀리터리에 관심 없는 스무 살짜리 여자 둘은 우물쭈물 주위를 서성이다, 얼떨결에 그 야상을 덥썩 구매하게 되었죠. 2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와서는 후회하게 됩니다. 단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 야상은 근처의 샵에서 아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널려있었죠. 물론 가격은 그보다 더 낮았습니다.
홀린 듯 구매했던 빈티지샵에서의 첫 구매. 아. 우리 눈 뜨고 코 베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빈티지 샵 쇼핑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습니다.
돌이켜서 생각해 봅니다. 빈티지 야상의 가격이 잘못되었던 걸까요? 아니요. 제 생각은 해당 옷의 가치를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 가치를 모르고 냅다 구매했던 거죠.
포토그래퍼 I와 빈티지 쇼핑을 떠난 에디터 H (성수동 블루웨어) 화려한 패턴 스타일을 선호하는 I와 까마귀 H
빈티지의 매력은 참 다양합니다. 기성품으로 나온 지 오래된 제품이라 시중에 하나밖에 없는 경우도 많고, 가격이 저렴한 편인 제품들도 많습니다. 빈티지 샵을 애용하는 젠테의 두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빈티지의 매력은 무엇이냐고요.
🐚 포토그래퍼 I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백만엔걸 스즈코'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 속 아오이 유우가 입을 것만 같은 스타일의 아이템은 빈티지 샵에 많아요. 재밌게 생긴 옷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고, 빈티지 샵 사장님과 취향이 잘 맞으면 샵 사장님이 저를 위한 큐레이터가 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아이템이 이 순간,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빈티지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 J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 이야기보다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피스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는 역사 덕후 기질이 있는데, 아이템과 관련하여 궁금한 내용을 사장님과 대화하면서 해결하고요. 2시간씩 샵에 있다가 오기도 하는 사람이에요. 완전히 빈티지 옷을 사랑하죠. 연대별 옷들이 집에 한가득이에요. 그런 남자 친구와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빈티지에 접하게 되었어요.